
유리는 존재하지만 시각적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리 좋아하시나요? 뭐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던 여러분은 유리속에서 살아갑니다. 확실하게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확실하게 유리 바깥쪽 바람을 차단 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투명한 존재인 유리의 안쪽에서 우리는 한겨울 추위를 피해 오늘도 살아갑니다.
투명(透明, transparency)하다의 정의는 ; 빛이 그대로 통과하여 속이 다 비치는 것
투명하다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그러나 공학적으로 '투명하다'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투명, 불투명의 기준은 이 재료가 빛을 흡수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재료가 빛을 흡수하면 불투명한 것이고, 빛을 흡수하지 못하면 투명한 것입니다. 이 말을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불투명한 재료는 빛과 어떠한 반응을 하는 것이고, 투명한 재료는 빛과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표적으로 투명한 재료인 유리가 투명한 이유에 대해 알아볼까합니다.
먼저 유리가 투명한 이유를 인터넷에서 찾아봅시다. 이러한 유형의 대답들이 나오곤 합니다.
1. 유리는 가시광영역의 빛을 통과시켜 투명합니다.
2. 유리는 에너지밴드갭이 커서 가시광영역의 빛을 통과시켜 투명합니다.
여기서 '음.. 그렇구나' 라고 이해하면 사실 그만이기도 합니다. 우리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인 가시광을 통과시켜서 투명하다는데 무슨 질문이 더 필요할까요? 그렇지만 조금 더 질문을 깊게 해봅시다.
"그러면 다른 물질은 왜 빛을 통과시키지 못하나요?"
이 질문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 물질들이 이루어진 구조를 보면 빛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합니다. 여러분 사무실의 콘크리트 벽이나 우리 몸이나 모두 투명하지 않은 것이 더 이상하다는 소리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이해가 잘 안되시면 아래 멋지게 날고 있는 새 한마리의 사진을 보며 이해해봅시다. 새 또한 분명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새는 분명히 부리와 깃털, 근육, 뼈들로 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고, 이 깃털, 근육, 뼈 등은 단백질, 무기질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것을 또 더 확대해보면 분자가 되고 더 잘게 나누면 결국에는 탄소, 산소, 질소 등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평생 이러한 물질들에 의해 둘러쌓여 살아가는 것을 느끼지만 사실 우리가 만지고 느끼고 숨쉬는데 관여하는 모든 실제 존재하는 물질들은 생각보다 그 비중이 너무나도 작습니다.
이 탄소, 산소, 질소, 황 등 원자들이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 전자가 돌고 있는데 원자핵의 크기와 전자의 크기 그리고 이 원자와 전자가 돌고 있는 거리를 실제 비율로 살펴봅시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데로 우리 몸과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은 그 크기에 비해 너무나 작은 원자핵을 가지고 있고 전자도 너무나 먼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실상 모두 빈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질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들은 투명해야만 합니다. 광자들이 원자핵 사이를 완전히 제 집 드나들듯이 지나다닐 테니깐 말입니다.

물질적 관점에서 새는 이렇게 다크템플러 마냥 투명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질들이 투명하지 않은 이유는 빛을 에너지 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빛을 흡수해서 다시 발광시키며 또는 흡수하는 영역의 빛의 진행속도를 늦추면서 반사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빛의 거동의 변화를 우리는 눈으로 판단 할 수 있기 때문에 물질이 투명하느냐 하지 않으냐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빛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모두 지닌 다는 사실은 잘 아실겁니다. 그 중에서도 파동성질 때문에 빛은 에너지를 갖습니다.
파동자체가 에너지를 가져야만 생성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일생동안 보아오는 태양 빛은 다양한 에너지의 크기의 광자들을 품고 있고, 물질들 또한 다양한 에너지에 반응 할 수 있는 일종의 에너지 거름막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밴드갭(Energy band gap)이라는 값을 물질마다 혹은 분자마다 갖고 있습니다. 물질이 갖는 에너지밴드갭 크기만큼 빛에 반응 하게 됩니다.

빛은 위 그림에 표시된 것과 같이 자외선부터 청색, 녹색, 적색 그리고 적외선 같이 다양한 크기의 에너지를 갖는 광자들의 모임입니다.
이러한 빛 다발이 물질을 지나갈 때 물질의 에너지밴드갭 크기에 맞는 빛 성분들은 흡수가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흡수가 된다는 이야기는 빛이 물질에 반응한다는 이야기이므로 이 물질에서 빛의 속도가 변하게 되고 이는 굴절률 차이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데 유리는 이 에너지 밴드갭이 매우 큰 물질입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대부분의 에너지들은 유리의 에너지밴드갭 근처에도 닿지 못합니다.
유리도 종류에 따라 다양한 굴절률(n), 흡광계수(k) 특성을 보여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외선들은 흡수하는 유리도 있습니다. 만약 우리 눈이 자외선을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유리들은 투명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보이게 될 겁니다.
여기서 신기한 것은 물질의 종류를 광투과적인 특성에서 세가지로 나누자면 반도체에서 도체, 반도체, 부도체로 나누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적 전도성 특성과 재료의 광투과특성도 비슷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정질의 부도체들은 대부분 투명합니다. 대표적인것이 산화물들입니다. 유리도 실리콘산화물의 일종으로 SiO2가 주 성분입니다. 산화물들은 에너지밴드갭이 크고 전기적으로도 절연특성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질을 그대로 따라가서 반도체들은 대부분 일정영역의 빛을 흡수합니다. 전기적 특성도 도체와 부도체 사이의 특징을 갖는 것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체는 에너지밴드갭이라는 값 자체를 갖지 않습니다. 따라서 거의 모든 영역의 빛을 흡수합니다. 대표적으로 금속들이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데 아래 대표적인 금속재료인 은(Ag, silver)의 흡광계수 그래프를 봅시다.

위 그래프는 은(Ag)의 흡광계수(k) 그래프입니다. 무지개 색으로 표현한 부분이 가시광 영역이고 그 외에 모든 영역 또한 우리눈에 보이진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빛의 에너지 영역입니다.
은 같은 도체는 가시광 뿐만아니라 매우 넓은 영역에서 많은 흡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체는 그래서 거의 모든 파장의 빛에 영향을 주어 금속만의 특이한 은빛색을 띄게 됩니다.
정리를 하자면 전기적 특성인줄로만 알았던 도체, 부도체, 반도체의 특징이 광적으로 투명한 특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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