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학 이야기/개인적인 관심사

10. 풀러린 화장품의 진실 - 풀러린을 화장품에 쓴다고?

남보르 2018. 12. 2.



어머 아들~ 저 화장품 풀러린이 들어갔데 노벨상도 받았나봐!?

평온한 일요일 아침 어머니와 같이 티비를 보고 있는데 경악할만한 소리를 어머니가 하시더군요. 화장품 홈쇼핑을 관심있게 보시더니 내심 사고싶어 하시는 겁니다. 뭔가 해서 보았더니? 뭐? 풀러린을 사용한 화장품이라네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풀러린으로 뭔 화장품을 만든다는 거고 그게 왜 효능이 있다는 건지 광고까지 해대는 광경에 참 오랜만에 욕이 나왔습니다.


해당 풀러린 세럼 화장품을 광고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이 화장품에 대해 어떻게 광고하고 있는지 다시한번 살펴보았습니다.


풀러린 화장품의 홍보물


첨가물 중 분명히 풀러린을 가장 앞에 세워 홍보하고 있고 심지어는 노벨 화학상에 빛나는 성분이라고 대문짝만하게 광고 하고 있습니다. 음...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래 이 회사도 무슨 사정이 있겠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풀러린의 다른 효과라도 있는 것일까?' 라고 좋게좋게 생각하고 다시 한번 풀러린에 대해 곱씹어 보았습니다.


풀러린(풀러렌, Fullerene)이란 무엇인가?

풀러렌이라고도 불리는 풀러린은 C60라고도 부르는 탄소덩어리입니다. 탄소가 60개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C60라고 합니다. 탄소60개가 육각형과 오각형의 형상으로 이어져 마치 축구공형태를 이룹니다.


화학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예를 들면 연필심인 흑연과 같은 성분이고 탄소가 결합하고 있는 모양만 조금 특별한 물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풀러린은 축구공 모양을 한 탄소 덩어리이기 때문에 탄소에 대해 먼저 조금 살펴봅시다.


탄소는 우리몸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소입니다. 그런데 우리몸은 이 탄소가 수소, 산소, 질소, 황 등 다양한 화합물과의 결합을 한 탄소화합물의 형태일 때 우리 몸을 이루는 중요한 원소가 됩니다.


그런데 이 풀러린은 '탄소' 그 자체입니다. 다른 원소들과 전혀 결합하고 있지 않은 순수한 탄소 덩어리 즉, 구성원소로는 연필심과 다이아몬드, 숯덩이와 전혀 다른 점이 없는 물질입니다.




풀러린의 이러한 특징 들은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탄소 자기들끼리 안정하게 결합해있기 때문에 주위 다른 원소나 분자들과 반응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우리몸에 약으로 작용하든 독으로 작용하든 일단 반응을 하려면 다른 분자들과 반응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풀러린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한 금이나 질소 같이 다른 물질들과 반응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반응의 재료가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고 심지어 피부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비타민C를 안정화시킨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깁니다. 


백번 양보해서 피부 표층의 피부를 뚫고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어찌어찌 반응을 할 수도 있지 라는 가정하에 발표된 논문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직 몸속에서의 반응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논문이 많이 없지만 그나마도 발표된 논문에서조차 매우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 리스대학(Rice university)비키 콜빈 교수(Vicki L. colvin)가 2004년 발표한 논문(nano letters, 4, 10, 1881, 2004) 


"The differential cytotoxicity of water-soluble fullerens(수용성 풀러린들의 세포독성 차이성)"의 결론 부분을 보면


"풀러린 물질은 세포막 산화 및 세포 독성 작용제가 될 수 있는 슈퍼 옥사이드 음이온을 생성 할 수 있다."

로 결론내려 집니다.


크기도 고작 원자 몇개 수준의 크기로 세포에 비해 지름이 1/75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충분히 세포막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입니다. 이러한 풀러린들이 몸속에 들어가서 오히려 세포에 독성영향을 줄 수 있는 슈퍼 옥사이드 음이온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논문을 보면 세부적인 풀러렌의 종류에 따라 독성효과가 다르긴 하지만 저렇게 과대광고를 대놓고 때리는 회사에서 자사의 풀러렌의 외용효과에 대한 임상실험을 얼마나 심도있게 진행했나 의심이 드는게 사실입니다.


그 외 다른 풀러렌에 대한 논문들은 대게 반도체나 금속재료 등 물리적인 응용에 사용되는 전기 화학적인 부분에서의 풀러렌의 효과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마치 화장품 효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다음으로 화룡정점으로 대문짝만하게 광고하고 있는 '노벨상 화학상에 빛나는 물질 풀러린' 이 부분은 정말로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자 화가 치밀어 오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풀러린은 딱 보기에도 복잡한 삼차원 구조를 지닌 물질로 합성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1985년까지도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존재할까 의문까지 가지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위 비키 콜빈 교수와 같은 대학교의 로버트 컬(Robert Curl) 리처드 스몰리(Richard Smalley)교수와 영국 서섹스대학의 크로토(Harold Kroto)교수 세명의 공동 연구로 플러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세명의 교수가 이렇게 물리적으로 존재할까? 의문이 들었던 풀러린을 직접 합성하여 증명했기 때문에 이 공로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이지 위 광고 내용대로 풀러린이 피부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흡수하고 어쩌구 화장품으로서의 역할을 증명했기 때문에 받은게 아닙니다.


그런데 광고만 보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처럼 광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이고 나아가 사기행태로까지 보여집니다.


그러면 모든걸 양보해서 이 회사가 과연 이 플러렌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갖고는 있는가 조사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심지어 풀러렌 조성물을 사용해서 화장품을 만들 권리조차 가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 어떠한 풀러렌 조성물인지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아서 확실하지 않고 나아가서는 이 기술의 판권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내용은 일단 홈페이지 어느곳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아닌것으로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풀러렌 함유 화장품에 대한 등록특허 권리는 특허권자는 일본 'Vitamin C60 bioresearch 社'가 갖고 있고 청구내용들을 보면 '풀러린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피부개선용 외용 조성물'에 관한 특허는 먼저 선점해놓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본 회사의 특허 내용을 보면 풀러린이 항산화 작용으로 화장품의 특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닌 자외선 차단효과에만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항산화작용은 비타민C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광고를 때리고 있는 이 회사의 제품과 거의 동일한 청구범위를 일본 특허는 갖고 있습니다. 비타민C, 풀러린 그리고 나머지 용제들을 사용하여 화장품을 만들면 이 일본 회사의 특허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요약을 해보자면

1. 풀러린은 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물리, 화학적 재료이다.
(화장품 영역에서 사용될 만한 특성으로는 자외선 영역 차단 특성은 있는 것으로 보임)

2. 풀러린의 독성에 대해 보고된 논문이 있다.

3. 노벨화학상은 풀러린의 존재에 대한 발견 공로이다.

4. 특허도 일본 회사가 갖고 있다.

5. 그냥 이 돈으로 피부과 가서 레이져를 한번 더 받자. 훨씬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댓글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