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이야기/OLED 이슈들

50. 청색 인광 도판트란?? - 왜 아직도 나오지 않을까

남보르 2022. 9. 14.

마지막 남은 숙제, 청색 인광 발광체

청색 인광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디스플레이를 전공하거나, 업으로 삼거나 혹은 현직 대학생 그리고 관련 기술 정보를 얻고자 하는 투자자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전문 분야의 글이기도 하니 글의 난이도를 조절하기 조금 어렵기도 한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난이도를 낮추어서 이야기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OLED는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이 엃혀있고, 이 기술들의 관계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복합기술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 언급되는 단어나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되시면 페이지 상단의 블로그 내 검색을 통해서 조금 이해의 폭을 넓히시는 것을 먼저 추천드립니다.

 

OLED를 정말 쉽게 큰 틀에서 이해해보자면 기판(양극)과 금속박막(음극)의 안에 유기물들이 샌드위치 되어 있고, 음극에서 양극으로 걸리는 전압에 의해 전자들이 유기 물안에서 이동하다가 발광층 안에서 빛을 내는 장치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러면 결국에 청색인광 발광체 혹은 도판트(dopant)라 불리는 이 재료는 발광층 안에서 청색을 발광하는 유기재료인 것인데 왜 별것 없어 보이는 이 청색 인광 유기재료는 OLED가 상용화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기술적 이슈를 달고 이어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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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자체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청색, 인광, 유기재료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기술적인 난제를 품고 있습니다.

 

첫 번째 청색입니다.

청색은 가시광영역 그러니까 광파장이 (380nm~780nm)의 영역에서 400nm 초반에 위치하는 굉장히 단파장의 색입니다. 파장이 짧을수록 고에너지 영역이며, 파장이 길 수록 저에너지 영역에 속합니다.

 

이 가시광을 띠처럼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무지개인데요. 

 

무지개와 가시광 스펙트럼

 

빨주노초파남보 순서대로 에너지가 작은것 부터 높은 순으로 이어놓은 것이죠. 사실 이어 놓았다기보다는 빛을 프리즘이나 물방울을 통해 굴절시켜보면 파장별로 다른 굴절률 때문에 우리는 빛의 구성요소들을 연속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무지개 상에서 파란색은 너무 싱그러운 색이고 우리가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려는 청색은 굉장히 짙은 남색에 가까운 파란색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보라색 직전 색이니 가시광에서는 가장 고에너지에 속합니다.

 

청색을 발광시키기 위해서는 이 고에너지를 재료에서 내뿜어내야합니다. 당연히 지속적으로 고에너지를 내뿜기 위해서는 발광시키는 재료 자체의 내구성뿐만 아니라 인접 재료의 내구성 또한 우수해야 합니다. 

 

이와 반대로 삼원색 중 비교적 에너지가 작은 녹색(G)이나 적색(R)을 구현하기 위한 발광체는 내구성을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며, 실제로도 녹색과 적색은 이미 진작에 인광 도판트가 개발되어 갤럭시 S1 같은 초기 스마트폰에도 이 인광 도판트가 적용되어 사용 중입니다.

 

두 번째, 인광이라는 것이 또 문제입니다.

인광을 이해하려면 형광과 인광의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또 양자역학적인 전자스핀 이야기가 나와야 하고 이러면 또 내용이 굉장히 어려워지므로 최대한 자제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형광과 인광 편을 보시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형광과 인광은 결국 자연 상태에서 얼마나 더 자연스럽게 발광 형태로 구현되느냐 차이입니다.

형광은 발광재료가 전자를 전달받아서 다시 안정한 상태로 바뀌며 광원을 내뿜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상태.

인광은 그 발광 과정이 당연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발광을 인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형광은 단일항(singlet) 상태에서 발광하며 재료의 단일항 에너지의 영향을 받고,

인광은 삼중항(triplet) 상태에서 발광하며 재료의 삼중항 에너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까지만 이해하시면 됩니다.

 

형광(Fluorescence)은 단일항(Singlet)

인광(Phosphorescence)은 삼중항(Triplet)

 

문제는 삼중항 에너지와 단일항 에너지는 완벽하게 경향성이 일치하진 않지만 비례관계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재료의 삼중항 에너지가 크면 단일항 에너지도 커지는 관계를 지니는데, 단일항 에너지는 재료가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의 최대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삼중항 에너지보다는 단일항 에너지가 거의 항상 조금 더 크게 되는데 이것이 청색 인광 재료의 문제점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청색 인광을 발광시키려면 삼중항 에너지가 청색을 발광시킬 만큼 커야 하는데 그러면 재료의 최대 에너지라 볼 수 있는 단일항 에너지도 커야 하죠. 청색 형광 재료라면 이 단일항 에너지를 기준으로 재료를 만들면 되지만, 청색 인광 재료라면 삼중항 에너지 기준으로 재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형광 재료보다 더 큰 분자 에너지 갭(Energy gap : HOMO-LUMO  차이)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이 차이는 분자 설계와 소자 구조 설계 그리고 수명 최적화의 난이도가 훨씬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유기 재료라는 사실이 또 이 난이도를 더 어렵게 합니다.

유기재료란 탄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재료를 칭합니다. 유기재료의 대표적인 예가 우리 피부, 근육 등이 있고 석유 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등이 대표적인 유기재료입니다. 예시로 든 재료들을 보면 무기물인 금속이나 돌 등에 비해 내구성이 낮은 재료라는 것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무기물 기반인 청색 LED를 비교적 최근인 1992년에야 발명되었고, 이 발명으로 인해 일본인 과학자 3명이 2014년 노벨상을 받게 됩니다. 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 나카무라 슈지인데요 이 중 이사무 교수님은 작년에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아무튼 내구성이 좋은 무기물로도 청색 발광이 쉽지 않아서 노벨상을 받는 마당에 태생적인 내구성 자체가 약한 유기물로 청색 발광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기술발전이 많이 되었기 때문에 청색 형광 도판트로 실생활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만들고 있는 상태죠.

 

왜 꼭 청색 인광 도판트를 개발해야 할까?

그러면 청색 인광 도판트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효율 때문입니다. 인광 도판트는 형광 도판트 대비 3배의 효율 증가가 있습니다. (단일항 여기자와 삼중항 여기자의 생성 비율이 1:3이기 때문에) 

 

그러면 3원 색인 RGB 중 한 개 소자의 효율이 3배로 증가 하는 것이니 패널 전체적로 보면 단순 산술로 해보면 66%의 효율 상승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재료 한개 바꿨다고 무려 66%...입니다.

 

이전 세대 패널보다 10%만 개선해도 엄청난 개선 폭일 텐데 한방에 엄청난 수준으로 소자 효율을 개선할 수 있고 이는 소비전력의 절약으로 이어지므로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매우 큰 폭의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지속적으로 청색 인광 도판트를 개발하려는 여러 회사들의 노력들이 있어왔고, 최근 Ir(이리듐) 인광 도판트의 원천 특허가 만료된 UDC(Universal Display corporation)에서 최근 매우 큰 기술적 진전이 있었다고 알리면서 올해 말 초기 목표 사양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목표 특성을 만족한 이후에도 패널업체에서의 제품 테스트 통과 여부는 또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2024년이면 RGB 모두 인광 소자로 구성된 OLED 패널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청색 인광 재료의 경우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왔지만 제품 출시 시기를 정확히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부적으로 상당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거나, 투자금이 필요하거나, 원천 특허가 만료되고 경쟁사에 절대적 우위를 누리지 못하면서 생기는 부분을 심리적으로 누르려는 판단이거나 앞으로의 UDC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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