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과학 이야기/개인적인 관심사

2. 진공이란? 빈공간에 대한 고찰

남보르 2017. 6. 29.

진공팩, 진공청소기, 진공펌프, 진공관... 진공이란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고 진공이라는 상태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면 우리는 절대로 현대문명의 찬란함을 느껴보지 못하였을 겁니다. 그러나 진공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공대생이나 이공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진공펌프와 압력단위인 Torr가 바로 생각 나실테고, 전혀 이쪽분야와 관계가 없는 분들은 진공포장 등이 먼저 생각나실겁니다.


그러나 무엇을 생각하던간에 우리는 진공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일까요?? 일상 생활에서는 공기를 쪽쪽뽑아내서 빈상태로 만들면 진공이고 첨단분야에서는 10E-6(10의 -7승)Torr가 되면 고진공이라 부르고 상당히 안정적으로 제품을 뽑아낼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아는데 진공을 모르다니요?


진공은 사실 진짜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다.


진공(참 진眞, 빌 공空)이란 진짜로 비어있는 상태를 진공이라고 부릅니다. 굉장히 극단적이고 확신에 찬 단어임에 틀림없습니다. 진짜 비어있다니... 누가 처음 단어를 만들었는지 몰라도 분명 그 사람은 이 글을 읽는다면 약간은 머쓱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런지 천천히 알아봅시다.




<사진1. 진공병(왼쪽, 폭탄 탄피가 아닙니다)과 부의 상징 다이슨 진공청소기(오른쪽)>



등산을 좋아하고 피크닉을 좋아하는 우리 어머님들의 필수품 진공병과 어머님들에게 선물하면 일년동안 반찬이 달라지게 하는 마법을 보여주는 다이슨 진공청소기입니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진공이라는 기술이 우리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주는지 알 수 있지요?? 어머님들의 니즈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의 편리함을 굉장히 추구하는데 진공이라는 단어를 달고 나오는 제품마다 어머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말이죠.


그러면 진공의 단어적 의미가 아닌 진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적으로 이해해봅시다. 우리는 공기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대기라고 합니다. 기다리는 상태가 아니고 평상시의 지구표면을 덮고있는 공기를 대기라 합니다. 이 대기의 압력을 1기압이라고 부릅니다. 


이 1기압은 생각보다 높은 압력이라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공기가 누르는 힘이 쎄봤자 얼마나 쎄겠어?? 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것을 알고 자료를 준비해왔습니다.




<사진2. 수은(Hg, 상온에서 액체인 금속)과 유명한 토리첼리 진공실험>



사진2.는 수은의 네이버백과사전에 나온 자료입니다. 보시다시피 터미네이터2에서 등장한 액체인조인간인 T-1000과 같이 상온에서 액체상태를 보이는 특이한 금속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차갑고 살벌하게 생긴 이 수은의 밀도입니다. 수은의 밀도는 13.543g/cm3입니다. 그러니깐 1cm X 1cm X 1cm 크기의 수은의 무게가 13.543g이라는 뜻입니다. 이 무게가 어느정도 인지 짐작이 안가신다면 철의 밀도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철의 밀도는 7.87g/cm3로 대략 수은의 밀도가 2배 가까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해서 같은 양이면 수은이 철보다 두배 무거운 겁니다. 


이 무거운 금속을 수조안에다 넣고 시험관을 수은 수조에 푹 담굽니다. 그리곤 입구가 수은에 넘치지 않게 윗부분을 들어줍니다. 사진2.의 오른쪽에 보면 이 장면이 있지요?? 그러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느냐. 수은이 시험관에 76cm나 올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뭐야 이게 뭐 어쩌라고 할 일이 지금 아닙니다. 저 실험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1기압의 압력은 이 무거운 수은을 76센치를 중력을 거스르고 올릴 수 있을 만큼 큰 압력이라는 사실입니다. 


물을 사람이 눌러서 시험관에 76센치를 올라오게 누른다고 생각해봅시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머리속으로 그려지시죠?? 물의 밀도는 1g/cm3입니다... 이 보다 13배가 무거운 액체를 저만큼 들어올리다니... 우리는 어마어마한 짐을 얹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1기압은 76cmHg = 760mmHg = 760 Torr = 1atm이라 표현합니다. 토리첼리 씨가 실험했기 때문에 Torr라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튼 이렇게 우리는 두터운 대기 중에 살아 가고 있기 때문에 조금 공기가 제거된 공간을 만들어 주면 그 공간을 채우려고 주변 공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게 됩니다. 


이불정리 할때 사용하는 진공팩이 대표적이죠. 그 큰 솜이불이 진공팩을 사용하면 대기의 힘으로 단숨에 납작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공병은 열에너지를 움반하는 역할을 하는 공기를 제거함으로써 열전달이 잘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 온도를 유지 시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공청소기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모터를 사용해서 청소기 안을 지속적으로 진공상태를 만들어 그 공간을 채우려는 공기로 먼지를 같이 흡입해 버리는 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연은 무엇인가의 부재를 용서치 않습니다. 공기가 어디든 골고루 존재시키고 싶어하며, 전기특성을 좌우하는 전자들도 전자들이 없는 공간이 생기면 주위의 전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채워버립니다. 이런 현상을 전류라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나 유용하게 사용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물 또한 많은 쪽에서 없는 쪽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려고 하는 성질을 이용해서 수력발전을 하고 있죠.


자연의 이치를 거꾸로 올라가려는 것이 진공이라는 상태인 것입니다. 그런데 엄연히 이 진공에도 클라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것이 위에서 언급하였던 Torr단위 입니다. Torr가 낮으면 낮을 수록 높은 진공이라는 것을 알아두도록 합시다. 이 진공의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760 Torr               = 1기압

1기압    ~ 2x10E-2 = 저진공

2x10E-2 ~ 10E-8    = 고진공

10E-8    ~ 10E-10  = 초고진공


산업분야에서는 위와 같은 범주로 나누어 진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진공 범위는 정말 정말 강력한 진공이라고 해도 10Torr 밑으로는 거의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그 이하의 저진공까지의 범주라도 이름이 저진공이 상당히 강한 진공상태입니다. 그 아래로 고진공수준에서 산업체들에서는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냅니다. 이 블로그의 주제가 되는 OLED 제품들도 이 고진공 범위에서 재료를 증착하여 만들고 있습니다.




<사진3. 대략 22.4리터에 가까운 20리터짜리 중앙상사 말통. 저 통에 대략 6x10E23개의 기체 분자가 들어있다.>



그러면 1기압의 대기에는 얼마만큼의 기체분자들이 존재할까요? 일단 학창시절 배운 아보가드로 법칙에 따라 우리는 1기압의 기체에는 0도씨일때 22.4리터의 부피에 6x10E23개의 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타가 아닐까요?? 10의 23승개의 분자라니... 0이 23개짜리 숫자입니다. 제 통장 잔고에는 0이 6개를 넘기가 힘든데 밀이죠... 글로 다시 표현하자면 1조개 곱하기 1000억입니다. 아무튼 1기압에서의 22.4리터에 저만큼의 분자가 있다고 인지하고 있어봅시다... 그러면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진공이란 이 23승개의 분자를 모두 제거해야지만 진짜 빈공간인 진공 상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위에서 나눈 진공클라스대로 얼마나 많은 분자들을 제거해가는지 한번 알아 봅시다.


먼저 가볍게 1기압의 절반의 압력인 380 Torr에서의 기체 분자량을 보도록 합시다. 와 기체가 반이나 줄었네 뭐야 그럼 엄청나게 줄었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정말 오산입니다. 380 Torr는 760 Torr의 절반 그러니깐 3x10E23개의 분자가 0.5기압의 공간에 있다는 것입니다.


절반이나 줄었지만 아직도 터무니 없는 양입니다.. 그럼 진도를 확 빼서 1x10E-2 Torr 그러니깐 대략 저진공의 끝자락에 있는 진공도에서의 기체 분자량을 한번 알아 볼까요? 7x10E2에서 1만분의 1기압이 되었으니 10E-4개를 빼주면 되겠지요? 그러면 1x10E-2 Torr의 가장 높은 저진공상태는 3x10E19개의 기체 분자가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19승개의 분자라하면 1조 곱하기 1000만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는 보기도 힘든 높은 진공상태에서도 아직 진공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나 민망할 정도로 많은 기체분자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고진공 상태라면 조금 다르지 않을 까요?? 무려 10E-8이나 되는 진공도를 자랑하니까 말이죠. 이제 조금 빨리 계산해봅시다. 고진공상태 에서는 3x10E13개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체 분자가 아직도 남아있게 됩니다. 사실 고진공 상태를 만들기에는 상당한 비용과 기술이 들어 갑니다. 일반 저진공 펌프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고가에다가 유지비용도 상당히 들어갑니다. 그러한 비용과 현대 기술들을 사용해서도 우리는 진정한 진공을 만들어내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초고진공 상태인 10E-13정도까지가 보편적으로 한계치라고 보고 있는데 이러한 무지막지한 진공상태에서도 3x10E9개(30억!! 드디어 읽을 수 있는 숫자가 되었다!)라는 많은 분자가 존재하게 됩니다. 극초고진공상태인 진공공간에 팔을 휘두르면 우리는 30억개의 기체분자와 야구시합을 하고 있는 셈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주공간은 어떨까?? 우주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보인다. 정말로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우주의 진공도는 10E-17정도 됩니다. 물론 위치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3x10E5개 즉 30만개의 기체분자가 22.4리터 공간에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의 아보가드로 수와는 분명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수치이긴 하지만 진짜 빈공간이라는 뜻인 진공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거시기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진공이라고 하면 아~ 낮은 압력으로 무엇인가를 뽑아내는 행위이구나 하고 머리속에 인지하면서 진공이라는 용어에서 오는 페이크에 당하지 않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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