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가 뿜어내는 에너지의 정체
지난 시간에는 OLED의 구동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OLED가 구동하는데 모든 현상을 만들어내는 전자라는 녀석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전자'라는 녀석이 OLED를 구성하고 있는 전극과 유기물사이를 어떻게 자유롭게 이동하고 게다가 밝은 빛까지 낼 수 있는지 전자가 갖고 있는 에너지에 대한 실체를 간단히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전자는 파동덩어리이다!!
전자는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원자 근처에 고정되어 이동하지 않는 전자들과 상대적으로 원자 바깥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전자 두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원자 바깥에서 자유로운 전자들을 최외각전자 혹은 원자가전자라고 부르며 이 전자들은 원자의 최외각껍질에 위치합니다.
이 최외각전자들은 원자핵과의 거리가 멀어 상대적으로 주인이 되는 원자핵과 상호작용이 작을 수 밖에 없으므로 주인인 원자핵이 주는 안정함보다 더 안정하게 보이는 대상에게 빨리 도망가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전자는 무조건적으로 안정한 상태를 찾아가려는 본능이 강하므로 우리는 이 습성을 잘 이용하여야 합니다.
그럼 전자가 원자핵이라는 주인과 어떻게 어울려 사는지 한번 알아봅시다.
<사진1. 전자의 이동궤적에 대한 고전적 모델(왼쪽), 전자의 확률적인 존재영역에 대한 파동 모델(오른쪽)>
사진1은 전자의 행동을 분석해 놓은 행동모델들입니다. 먼저 왼쪽은 보어모델이라고 불리는 원자핵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는 모델입니다. 이 모델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물체들의 거동을 전자에도 그대로 반영해서 전자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떠한 내용인지 간단하게 알아봅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물체가 특정 궤도를 그리며 원운동을 하려면 인력과 척력의 함이 0인 지점에 물체가 위치하며 원운동을 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쥐불놀이를 할때 깡통을 잡고 있는 줄이 인력이 되고 돌리는 힘이 척력이 되는데 이 깡통이 쥐불놀이를 하고 있는 나와의 거리가 일정한 곳에서 멈추지 않고 움직이게 하려면 줄을 놓지 않은채 계속 돌려야 합니다. 그래야 깡통이 날아가지도 또 떨어지지도 않게 인력과 척력의 합이 0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물리학자들은 전자도 깡통과 마찬가지로 인력(원자핵이 당기는 힘)에 대해 저항하려면 회전을 하면서 척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겁니다. 심지어 수소원자의 경우 원자핵과 전자의 인력에 대한 척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자가 가져야할 속도도 계산할 수 있고 이를 계산해보면 2.18*10^6 m/s가 됩니다. 수소 원자 반경이 5.3*10^-11 m 정도로 작은데 초당 20만미터의 속도로 돌고 있다니... 상상이 잘 되지 않는 회전속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전적인 모델로 전자의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지만 이것은 착각에 불과하였음을 곧 알게됩니다. 바로 양자역학의 등장 때문이지요.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전자가 입자적인 성격과 파동적인 성격을 모두 갖고 이를 수학적으로 표기가 가능함을 밝혀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입자성과 파동성 이 두가지 성질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약간은 인지를 하고 계셔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대로 전자는 입자와 파동성질을 모두 갖는다고 하면 '아~그렇구나'라며 주입식으로 외우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이 두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 인지 한번 알아봅시다.
지금 여러분들이 휙휙 돌리고 있는 마우스 스크롤도 입자로 되어있고 보고있는 모니터의 유리 또한 입자로 되어있습니다. 입자성이란 대상 물체의 존재에 대한 경계가 분명한 성질을 말합니다. 위치와 속도 등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그러나 파동성이란 존재에 대한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성질을 말합니다. 파동이란 매질만 존재한다면 어디든 존재할 수 있으나 그 존재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고 심지어 계속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바다에 출렁이고 있는 파도의 파동의 시작점이 어디이며, 소리의 시작의 경계가 어디인지 사람의 인지적 관점에서는 전혀 알아차릴 방법이 없습니다. 입자성은 물질적인 개념이라면 파동은 에너지적 개념입니다. 그런데 전자는 실체가 있으면서도 없는 이 두가지 성질을 모두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자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빛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전자의 에너지적 성격에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그래야만 전자가 갖고있는 에너지를 빛으로 만들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전자는 곧 파동이기 때문에 전자가 갖고있는 파동의 에너지가 전자의 에너지가 됩니다.
전자의 에너지는 양자화됩니다. 양자화란 에너지의 디지털적인 표현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일 겁니다. 전자의 에너지는 통상 eV(electron voltage)로 표현되는데 한개의 전자가 갖는 에너지는 1부터5 eV라고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전자는 1eV면 1, 1.5eV면 1.5! 딱딱 떨어지는 에너지 값을 갖을 수 있지 범위로 표시되는 에너지를 갖질 못합니다. 이 이유는 전자가 파동이기 때문입니다.
<사진2. 실제 줄로 만든 파동 현상 (왼쪽부터 주기가 1, 2, 3인 파동을 보여준다.)>
사진2.는 줄로 파동을 만들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가장 왼쪽은 파동의 주기가 1인 파동입니다. 한쪽벽을 맞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때는 파동이 형성되었던 반대로 마이너스 방향으로 파동이 형성되어 럭비공 모양을 하고 있군요. 이러한 주기가 1인 파동을 만들때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번째 주기가 2인 파동을 만들기 위해서는 파동의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교체하는 마디라는 점이 하나 생깁니다. 이러한 파동을 줄로 사람이 만드려면 훨씬 더 큰힘이 필요하겠죠??
<사진3. 셀프 파동만들기>
사진3.을 보시면 파동의 마디 한개를 더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 피나는 노력을 결국 에너지로 표현할 수 있는데 전자도 마찬가지로 주기가 짧고 마디가 많은 파동이 되기 위해서는 훨씬 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 파동이라는 녀석은 시작과 끝과 마디 세가지만 존재할 뿐 중간에 끊기는 파동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마디가 0개인 파동, 4개인 파동 등은 존재하지만 마디가 0.5개, 1.3개인 파동은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전자가 갖는 파동의 마디 수에 따라 전자에너지가 양자화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자의 에너지 표현인 eV는 파장으로도 표현이 가능한데 파장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시광선을 포함하는 '전자기파(전기장과 자기장이 얽혀있는 파동)' 세기를 파장으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예가 가시광선영역이라 불리는 380~780nm의 파장을 갖는 전자기파입니다. 이 파장영역은 실제로는 1.59~3.58eV의 에너지를 갖는 전자들이 내뿜는 전자기파의 영역인 것입니다.
<사진4. 수소원자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파장) 모식도>
위 사진4를 보시면 가시광선에 속하는 파장영역을 가지려면 전자는 주기(n)이 3에서 2로 (656nm) 변하거나 4에서 2로(486nm) 혹은 5에서 2로 변할 때 가시광선영역의 빛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소의 전자들은 마디가 3~5개짜리 높은 에너지의 파동이었다가 마디 2개짜리 파동으로 에너지가 낮아질때 그 에너지 차이만큼이 가시광선으로 발광됨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주기들 사이의 에너지 방출도 많지만 너무 높거나 낮은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우리의 눈으로는 인지할 수 없습니다. OLED의 발광원리도 이렇게 수소원자와 같이 간단하지는 않지만 같은 원리로 전자가 주기가 많은 높은 에너지의 파동형태였다가 안정화 될때 그 에너지 만큼 빛 에너지로 방출한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포스팅 내용이 100%로 이해가 되신다면 앞으로의 OLED의 모든 거동과 발광 원리들은 거의 전부를 이해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전자가 주입되는 에너지적인 장벽, 이동할때의 방해요서, 발광원리들 모두 이 전자와 파동의 변화로 모든것이 설명됩니다.
오늘까지는 전자의 주입과 이동 등 구동원리들을 알아보기 위한 기초체력 기르기였습니다. 다음시간부터는 조금더 심화된 내용들을 가지고 이야기해보도록 합시다.
다음글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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