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벽화에서 갤럭시 폴드까지 - 시각의 중요성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무엇인가를 보고, 응시하며 살아갑니다. 우리의 5감 중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고 5감(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중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면 시각을 포기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시각은 인간의 경험과 의사결정,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감각입니다. 하필이면 왜 우리는 시각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며 진화해올 수 밖에 없었을 까요?
바로 '빛' 이라는 정보 전달 매개체는 그 범용성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청각은 소리를 통해 정보를 전달 받지만 소리는 언제나 존재하지 않으며, 방향성이 없고, 속도가 느린 정보 전달 수단입니다.
후각은 소리보다 훨씬 더 느리게 공기상에 화학물질을 통해 전달되므로 즉각적인 반응에 필요한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습니다.
촉각은 아예 접촉을 해야만 전달되는 정보이고,
미각은 맛을 볼 때만 사용하는 감각일 뿐입니다.
그러나 '빛'은
빠르고(지구상의 동물들 사이에서는 거의 언제나 동시수준)
방향성이 명확하고(존재에 대한 명확한 정보)
먼 거리의 정보(우주 끝에서 부터 오는 빛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볼 수 있다)를
전달 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정보 전달 매개체입니다.
길을 걸어갈 때에도, 먹이를 판별할 때에도, 사냥을 할 때에도, 도망을 갈때에도 언제나 시각은 최고의 정보였습니다.
이는 지구상 최초의 동물이 '눈'이라는 기관을 가진 이래로, 현재까지 거의 모든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양서류 등을 가릴 것 없이 동물이라면 눈을 사용하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시각정보 전달의 노력
인간은 눈을 이용해서 많은 정보들을 전달시켜고 노력해왔습니다. 빼어난 외모는 유전적으로 우월하다는 강력한 성적인 메세지를 주위에 각인 시킬 수 있으며, 전쟁에서는 봉화를 올려 집단의 목숨과 안전을 지켜려고 했습니다.
현재에 이르러서 인간은 도시의 수많은 간판, 티브이, 스마트 폰 등에서 뿜어내는 시각정보의 포화속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넘쳐나는 물자로 인해 생존을 넘어서 여가, 시사, 자기개발 등에 시각적 정보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서 디스플레이라는 시각 정보 생성기가 필수적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 *출처 : http://blog.naver.com/ohyh45/20148193086
인간이 시도한 최초의 디스플레이라 하면 바로 위 사진과 같은 동굴벽화입니다. 어떤 의도에서든 시각 정보를 남기려 했고, 수만년전 인류의 조상들이 남긴 그들의 기억을 지금의 우리가 느끼는 것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 후로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림, 책 등으로 정보를 전달했으나 이런 정보들은 정적이며, 멀리 빠르게 전달 할 수 없고, 대량으로 만들어내기도 어려운 방법이었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고 많은 양의 정보를 전달하고자하는 시도들이 있어왔고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전기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는 디스플레이와는 전혀 관련없는 사건에 의해 제공됩니다.
셀레늄(Se, 산소와 같은 족이지만 보다시피 상온에서 고체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1817년 스웨덴 과학자 바젤리우스(Berzelius)가 셀레늄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물론 바젤리우스는 그냥 단지 셀레늄을 발견했을뿐인데 이 우연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기술이 발전하게 됩니다. 셀레늄은 화학적으로 산소(Oxyzen)와 같은 족으로 금속과는 거리가 먼 원소였는데 마치 금속과 같이 전기적 특성을 지닌 원소라 이 우연한 발견이 참 재미있게 흘러가게 됩니다.
1873년 되자 아일랜드의 조세프 메이(Joseph May)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파사가 바젤리우스가 발견했던 셀레늄막대에 강하게 햇빛을 쬐면 전기가 흐르는 정도가 바뀌는 것을 발견합니다. "셀레늄에 빛을 쪼였을 뿐인데 전기흐르는 특성이 바뀐다?" 좀 이상했던 이 사건으로 인해 전기와 빛과의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인류 최초로 제시되는 사건이 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기와 빛과 상호관계를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식의 양이었습니다.
1905년 아인슈타인(Einstein)이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를 이론적으로 설명해 내기까지 인류에게 전기와 빛은 전혀 알 수 없는 관계의 존재들이었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이유는 모르지만 전기적 현상과 광학적 현상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논문 등장 이전에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점차 알려져 갔습니다.
조지케리의 셀레늄 광전지 실험
1875년 드디어 전기적으로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는 개념이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미국의 조지 케리(George R. Carey) 많은수의 셀레늄 막대를 전선으로 연결하여 각 막대를 전구에 연결하고 셀레늄 판 앞에 물체를 놓자 전구가 물체 모양으로 켜지는 것을 실험적으로 확인합니다.
셀레늄이 빛의 세기에 따라 전기의 세기를 다르게 하기 때문에 물체에 의해 가려진 그림자가 각 셀레늄의 전기세기를 바꾸고 이 것이 연결된 전구의 빛의 세기차이를 가져와서 이미지를 구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셀레늄 막대가 필요하고, 이 개수 만큼의 전구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1884년 독일의 전기기술자 닙코프(Paul Gottlieb Nipkow)는 이러한 조지 케리의 방식의 이미지 구현을 개선한 방법을 발표합니다. 조지케리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셀레늄 막대로 이루어진 셀레늄판 위에 24개의 구멍이 뚫린 원판을 세우고 원판을 회전시켜서 구멍으로 들어오는 들어오는 빛에 따라 셀레늄에 흐르는 전기 신호를 순차적으로 얻는 방식이었습니다. 전기신호가 순차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전선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 원판을 닙코프 디스크(Nipkow disk)라고 불렀고, 24개의 독립된 구멍이 회전하기 때문에 시간차로 전기신호가 가게 되는데 이는 순차적으로 구현되는 이미지를 인간의 눈의 시간적 분해능 차이(예 : 1초 차이로 껐다가 켜지는 전구는 '깜빡'으로 인식하지만 0.0001초 차이로 켜지는 전구는 그냥 켜있는 전구로 인식하는 것)로 인해 하나의 이미지로 보게 된다는 것을 이용한 방식이었습니다.
현시대의 모니터가 30프레임으로 구동되면 1초의 30개의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는 부드럽게 이어지는 화면으로 인식하는 방식과 같은 원리입니다. 즉, 닙코프의 디스크는 24프레임을 가진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초당 24회전 하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 이러한 방식을 주사방식(Interlaced scanning)이라고 하는데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주사방식은 현재에도 모든 디스플레이들이 이미지와 동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의 기초 원리가 됩니다.
닙코프 디스크를 이용한 디스플레이 구현 영상 *출처 : 유튜브
1927년 영국의 사업가 존 로지 베어드(John Logie Baird)는 닙코프가 만든 영상 장치를 당시 '전기망원경'이라 불렀는데 이 전기망원경으로 세계 최초로 방송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베어드는 이 전기망원경을 이용해서 방송하는 것을 텔레바이저(Televisor)라 불렀는데 원거리를 뜻하는 Tele와 투사식 뷰어를 뜻하는 Visor를 합쳐서 텔레바이저라 이름을 붙였는데 이 전기망원경을 사용한 텔레바이저는 전기를 사용하긴 하지만 디스크 원판을 기계로 돌려야만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으므로 기계식 텔레비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계식 텔레비전은 베어드가 1927년 기계식 텔레비전 방송사업을 시작하기 30년전인 1897년, 역사적인 발명품 하나가 등장하게 됩니다. 이 역사적인 발명품 때문에 베어드의 기계식 텔리비전 방송사업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독일의 발명가인 카를 페르디난트 브라운(Karl Ferdinand Braun)이 발명한 CRT(뚱둥이 티브이)로 알려진 그 유명한 브라운관이 탄생하게 됩니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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