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이야기/인생이야기

5. OLED 개발자는 과연 무슨 일을 할까?? (1) - 업무분담편

남보르 2019. 6. 17.



군인은 나라지키고, 나는 OLED 만든다

수많은 블로그 팬 분들(4명, A3OLED님, 조청님, KJ님, 김유진님)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OLED 엔지니어의 업무에 대해 공개해보려 합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회사기밀이나 이에 관련한 정보를 알려드릴 수는 없고, 대략 무슨일을 하나 소개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대표적인 직업이죠? 군인! 군인들은 무슨일을 할까요? 전체적인 목표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일을 합니다만 개개인들로 보면 수많은 업무를 분담해서 합니다. 군대 내에서 '자네! 맡은일이 뭔가!?' 군단장이 물어보았는데 '이병 남보르! 저는 나라지킵니다!' 라고 말하면?? 뭔가 상상만해도 끔찍하죠? 군단장님은 분명 내 주특기와 맡은 임무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경우에도 통신병출신으로 상급부대에 있었어서 예하사단 및 부대에 정보를 하달하는 업무들을 했었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내무실에서 후임들과 장난많이치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저도 현재 OLED 업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OLED를 만든다!' 라고 할만큼 포괄적인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OLED를 만드는 일에는 어떠한 분야들이 있을지를 알아봅시다. 가장 넓은 범위에서 한번 분야을 나눠보겠습니다. 



티비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패널, 보드, 조립 세 파트의 조합이 중요하다.



OLED TV를 예를 들어보면 티비하나가 생산되려면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디스플레이 장치이기 때문에 필요한 OLED 패널이 첫번째일 것이구요. 이를 구동시키기 위한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보드와 보드에 연결되는 스피커, HDMI같은 단자 부품, 리모컨 수신기 등등 수많은 부품들이 두번째입니다. 


이 두파트를 몽땅 사가지고 와서 조립을 하면 짜잔 OLED TV가 되는데요. 아시다시피 각 파트는 수많은 업체들이 참여해서 만들고 최종 제품을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이 기획, 설계, 마케팅하여 판매하게됩니다. 


물론 소니같이 OLED 패널을 사와서 자기네 구동기술과 접목하여 판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알다시피 꼭 패널을 만들어야만 티비업체가 되는 것은아닙니다.


그래서 정리를 해보자면

1. 모듈업체 :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작하여 판매한다 예)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등
2. 부품업체 : 스피커, 단자, 메모리, 보드 등을 판매한다. 예)하만카돈, 하이닉스 등
3. 세트업체 : 위 부품들을 구매, 조립해서 판매 예)삼성전자, LG전자, 하이센스, TCL 등


이렇게 한개의 TV가 나오기 위해서는 수많은 협력사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생산하게 됩니다. '아 그렇구나! OLED 세계는 업무를 3등분하면 되는구나! 자! 남보르 자네는 그럼 셋중에 무슨일을 하는가?' 라고 질문하신다면 음... 굳이 나누자면 OLED 디스플레이 패널파트이지만 이 카테고리도 너무나 큰 범위의 카테고리이고 OLED 디시플레이 패널제작을 위한 업무에는 다시 또 세분화해서 들어가야합니다.


OLED 패널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업무들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은 수 마이크로미터에 해당하는 작은 픽셀들이 수백만개가 조합되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이 작은 픽셀하나하나를 보드에서 받은 신호대로 정교하게 이미지를 구현하려면 회로설계와 이 회로를 구현시켜줄 공정개발이 필수적이고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디스플레이가 빛을 내야하는 장치이기 때문에 발광소자 파트가 우선일 것 같지만 사실 발광소자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회로를 설계, 제작하는 백플래인(Backplane) 파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회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능좋은 TFT와 이를 최적화시켜줄 뛰어난 설계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업무 분담의 느낌을 보면 완벽하게 만들어진 백플래인 위에 반짝거리는 발광소자를 살짝 올려놓는다는 느낌입니다. 피자의 도우와 치즈가 백플래인 역할을 하고, 이를 꾸며줄 토핑들이 발광소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물론 발광소자가 없으면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지 못하니 토핑보다는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비중에 차이가 나다보니 업무에도 서열이 존재합니다. 


서열정리!!

슈퍼파워! 1위 : 공정개발(회로 & 소자 공정 포함, 물론 세부적으로는 다양한 공정분야가 있음)
2위 : 회로 개발

3위 : 발광소자 개발

4위 : 재료개발


아니 왜 회로개발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해놓고 왜 공정개발이 제일 힘이 쎄? 바로 소자와 재료가 아무리 난리부르스를 치고 획기적인 기술과 재료를 들고오더라도 공정개발에서 '너 그 구조 우리 못써 장비 스펙이 안돼', '너 그 재료 못써 열안정성이 안좋은거 같애' 라고 한마디만 하면 그냥 시무룩하게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정개발이 회로도 그렇고 발광소자 쪽도 그렇고 모든것을 아우르는 완전 깡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료쪽이 쩌리신세가 된 이유는 과거 유기재료들의 성능이 온전치 못했을 때는 재료가 힘꽤나 썼지만 유기재료들의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지금 시점에서는 기존에 모아둔 수많은 재료 데이터베이스에서 좋은 조합을 통해 좋은 발광소자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소자쪽이 힘이 커졌습니다.


여기서 회로는 발광소자에서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제외하고 실제 발광소자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공정, 소자, 재료는 사이가 참 좋지가 않습니다. 일례로 보면,


1. 재료팀에서 새 재료 H112가 등장한다. 뭔가 역사에 길이 남을 재료인것이 분명해보인다. 소자쪽에 테스트를 의뢰한다.

2. 소자팀은 새로운 프로젝트로 바쁘다. 그런데 자꾸 재료팀 높으신분이 쪼으니 한번 테스트를 해본다.

3. 새로운 소자구조에 H112를 적용하니 똥망이다. 이 재료는 이전 소자에서나 좋은 재료다. 똥같은 재료라고 재료팀에 통보한다.

4. 재료팀은 빡친다. 아니 그럼 조금 다른 재료들을 바꿔서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봐야지 '왜 한번 해보고 포기하냐?' 푸쉬를 건다.

5. 소자팀도 슬슬 빡치지만 일리가 있어서 한달 뒤에 조금 구조를 바꿔서 테스트해본다고 통보한다.

6. 역시나 H112는 역사에 길이남을 재료였다. 소자팀 재료팀 모두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버렸고 오랜만에 합심해서 바로 공정팀에 넘기기로 한다.

7. 공정팀은 H112의 공정상에 문제가 발생될 것이 뻔해 보이는 요소를 발견한다.
8. 똥같은 재료라고 걷어차버린다.

9. 소자와 재료는 다시 원래대로 으르렁대며 눈물을 흘리며 다시 개발에 들어간다...


대략 이런 구조입니다. 잘되면 내탓 안되면 네탓 에불바디 남의 탓으로 점철된 일들의 연속입니다. 위의 경우에는 패널회사같은 규모가 큰 회사에서의 권력 다툼이야기이고, 저 같은 경우에는 재료회사에 속해서 소자평가를 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재료회사의 경우에는 재료가 갑입니다.


여기서는 애초에 재료가 좋지 않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무조건 몇몇 소수인 소자팀에서 무언가 해결을 해야합니다. 결국 재료의 문제라고 판명되어도 뭐 별다른 피드백이 없습니다. 인간은 자기와 조금이라도 공통점이 있는 누군가와 동질감을 느낍니다. 외계인보다는 지구인, 양키보다는 동양인, 일본사람보다는 한국사람, 옆동네보다는 우리동네, 옆집보다는 우리집가족, 사고치는 동생보다는 나.


소자하는 사람들끼리는 재료하는 사람들과 티격태격대고 소자안에서도 재료팀에대한 온건파와 강경파가 존재하며, 강경파에서도 결국에는 내 의견만이 남아 내 가슴속에 메아리 칩니다. 입밖에 까지 나올뻔한 수많은 그 비속어들... 내 의견대로 만들었으면 벌써 우주최강 디스플레이를 만들었을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밀려오지만 결국은 한낱 회사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오늘이 계속 이어집니다.


아...내 인생의 수갑, 월급통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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